스포츠 과학자의 역할: HPU에서 데이터 전문가가 아닌 의사결정 촉진자로
선행 학습: 이 글은 독자가 스포츠 과학의 기본 개념과 High-Performance Unit(HPU) 및 다학제 팀(MDT) 조직 구조를 이해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학습 목표
- HPU 내 스포츠 과학자의 역할을 ‘데이터 전문가’에서 ‘의사결정 촉진자’로 재정의할 수 있다.
- 방법론부(DoM)의 5개 구현 핵심 축을 설명하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다.
- 데이터 기반(data-driven) 접근과 데이터 참고(data-informed) 접근의 차이를 구분하고 후자의 우위를 논증할 수 있다.
- 학제 간 팀(IDT)에서 스포츠 과학자가 ‘다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역량을 식별할 수 있다.
- 가치 공동창출 과정에서 내재성(Embeddedness)의 의미와 실천 방안을 설명할 수 있다.
데이터 전문가에서 의사결정 촉진자로
스포츠 과학자는 전통적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보고하는 전문가로 인식되어 왔다. 206명의 시니어 축구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스프레드시트가 가장 보편적인 데이터 정리·분석 도구(76%)였으며, 과학 문헌은 새로운 지표 도입 시 가장 덜 선호되는 근거 출처였다 (Dello Iacono et al., 2025). 이러한 현실은 스포츠 과학자가 ‘스프레드시트 코치’로 전락할 위험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역할의 본질은 데이터 자체에 있지 않다. 학제 간 팀(Interdisciplinary Team, IDT) 내에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정보를 수집·종합하여 코칭 스태프에게 보고하는 ‘다리(bridge)’ 역할이 핵심이다 (French, 2022). 스포츠 과학자는 사일로 내에서 환원주의적으로 운영하기보다, IDT 구조 전체에 걸쳐 수평적으로 운영하며 선수의 진행, 퇴보, 퍼포먼스 잠재력을 코칭 스태프와 IDT에 예측·보고한다.
Walker et al. (2023)이 제시한 원칙이 이 역할을 명확히 한다: “선수를 훈련하되, 숫자를 쫓지 않는다(Train players, don’t chase numbers).” 데이터 참고(data-informed) 접근은 데이터에 기반하되 데이터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며, 스프레드시트 코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선수를 훈련하고 재활시키는 것이 역할의 본질이다 (Walker et al., 2023). 반면 데이터 기반(data-driven) 접근은 데이터가 의사결정을 지배하게 하여 거짓 확신을 초래할 수 있다. 엘리트 스포츠 리더 8명을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에서, 리더들은 데이터 과의존이 ‘거짓 확신(false certainty)‘을 줄 수 있다고 인식하였다 (King et al., 2026).
자신의 일상 업무에서 데이터 수집·정리·보고에 할애하는 시간과, 코칭 스태프 및 선수와의 직접 대화에 할애하는 시간을 비교하는 것이 역할 점검의 출발점이다. 이 비율이 전자에 치우쳐 있다면, 역할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방법론부: 통합의 다섯 기둥
역할 재정의를 개인 수준에서 조직 수준으로 확장한 프레임워크가 방법론부(Department of Methodology, DoM)이다. DoM은 생태역학(Ecological Dynamics)에 기반하여, 각 전문 분야가 고립된 채 운영되는 사일로(Silo) 현상을 극복하고, 공유 원칙과 공유 언어를 통해 통합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제안한다 (Rothwell et al., 2020). 전통적 다학제 팀에서는 개별 전문가가 자신의 영역 내에서만 성과를 정량화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환경 맥락이 배제된 학습 환경과 상태유지 편향을 초래한다.
80명의 High-Performance 스포츠 전문가(평균 경력 17.5년)를 대상으로 한 Delphi 연구에서 DoM 구현을 위한 5개 핵심 축이 도출되었다 (Hydes et al., 2026).
| 핵심 축 | 합의율 | 핵심 실천 |
|---|---|---|
| 공유 언어 구축 | 82.4% | 실무 용어 사전 공동 제작, 조직 비전과 정렬 |
| 공동 원칙 수립 | 100% | 역할·책임 명확화, 심리적 안전 확보 |
| 협력적 업무 수행 | 91.3% | 코치 의도 이해, 학제 간 소통 |
| 지속적 지식 교환 | 100% | 훈련 전후·경기 전후 정기 회의 |
| 협력적 훈련 설계 | 93.8% | 모든 구성원이 세션 설계에 참여 |
DoM 실천의 첫 단계는 공유 언어 사전(glossary)을 구축하는 것이다. ‘강도’, ‘볼륨’, ‘회복’, ‘준비도’와 같은 용어가 부서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하고, 합의된 정의를 문서화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DoM은 홀라크라시(Holacracy) 원칙과 유사한 지향을 갖는다. 홀라크라시는 전통적 위계 모델을 대체하고 조직 전체에 권한을 분배하여, 자기 조직화된 팀이 통일된 목표를 향해 협업하는 수평적 구조이다 (French, 2022). 다만 DoM은 ‘무엇을’ 구현할지에 대한 합의가 도출된 단계이며, 실제 조직에서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경험적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다. Queensland Reds 럭비 팀 사례에서 초학제적 통합이 3번의 슈퍼럭비 결승 진출과 2011년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Rothwell et al., 2020), 이를 일반화하기 위한 체계적 연구는 아직 축적되지 않았다.
정보 제공자이지 결정자가 아니다
스포츠 과학자의 역할은 근거 기반 논의(evidence-based discussion)를 촉진하는 것이지, 의사결정을 대행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 의사결정은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를 둘러싼 전문가 논의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Brewer, 2022). Le Meur (2022)도 같은 맥락에서, 스포츠 과학자의 역할은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을 최적화하는 것이지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고 명시하였다.
이 구분이 실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니터링 데이터를 활용한 감별 진단 사례가 잘 보여준다. Brewer (2022)는 MLB 투수의 투구 릴리스 데이터에서 경기 진행에 따른 arm slot 변화를 발견하고, 이를 어깨 모터 컨트롤 및 악력 데이터와 연결한 사례를 제시하였다. 스포츠 과학자가 수행한 일은 진단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다른 전문가가 후속 조치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이 논의를 통해 미보고된 어깨 경직이 확인되었고, 4일간의 치료 후 선수는 경기 시간을 놓치지 않았다.
데이터는 해석 없이 전달되어서는 안 된다. 맥락이 없는 원시 수치는 오독을 초래하며, 스포츠 과학자의 과제는 지표를 실행 가능한 통찰로 변환하는 것 —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와 의미하지 않는 바를 모두 설명하는 것이다 (Bosch & Tran, 2022). 리포트 설계에서도 수신자 중심 원칙이 적용된다. 같은 데이터라도 현장 코치에게는 즉각적 훈련 수정 여부를, 프런트 오피스에게는 선수 개발 궤도를, 메디컬 스태프에게는 부상 위험 신호를 전달하도록 형식과 깊이를 조정해야 한다. “간결하되 강력하게(simple but powerful)“가 원칙이다 (Le Meur, 2022).
Rebelo et al. (2026)이 강조한 것처럼, 모니터링은 전문적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기능해야 한다. 데이터만으로 의사결정이 완결될 수 있다는 환상은, 코치의 경험적 지식과 선수의 맥락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다. 스포츠 과학자에게 호기심과 소통 능력은 현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자질이다 (Brewer, 2022).
팀 안에 직조되기: 내재성과 소통
효과적인 다리 역할을 수행하려면 조직의 일상적 맥락 안에 물리적·관계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내재성(Embeddedness)은 바로 이 상태를 말한다. Martin et al. (2023)은 내재성의 세 가지 측면을 식별하였다: (1) 정치적 맥락에서의 이해관계자 관계 관리, (2) 조직의 요구와 기대 내에서의 자기 관리, (3) 내재적 맥락에서의 서비스 관리. 내재성은 관계, 신뢰성(credibility), 맥락적 지능(contextual intelligence)을 구축하는 토대이며, 이를 통해 가치 공동창출(Value Co-Creation)이 가능해진다.
내재성이 왜 중요한지는 Mason et al. (2026)의 Football Performance Support Model이 잘 설명한다. 프로 축구 시니어 리더 13명의 인식을 기반으로 도출된 이 모델은 효과적 퍼포먼스 서포트의 세 축을 제시한다: 철학적 정렬(클럽 비전·감독 접근 방식과의 일치), KPI 정렬(부서 간 모순되지 않는 핵심 지표), 팀원 역량(전문적 지식, 대인적 지식, 자기 성찰적 지식). 기술적 전문성만으로는 부족하며, 소통 능력과 자기 인식이 효과적 서포트의 기반이다.
실천의 출발점은 핵심 이해관계자를 식별하고 각자의 권력·이해관계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소통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다 (Marsh et al., 2023). 감독의 접근 방식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 특정 방법론을 강조하려 한 실무자들이 실패한 사례가 많다. 복잡하고 모호한 상황에서는 지시·정당화 같은 강성 전술보다, 합리적 설득·협의·영감적 호소 같은 연성 전술이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관계가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이다. King et al. (2026)은 리더가 ‘인간 영역’(전문적 친밀감 형성, 고성과 분위기 조성, 협업 촉진)과 ‘맥락 영역’(복잡성 탐색, 적절한 판단 행사, 수행 문제 해결) 두 가지 모두에 주의를 기울일 때 효과적인 다학제 팀 운영이 가능하다고 보고하였다. 다만, 이 연구는 8명의 리더를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이므로, 다양한 종목·맥락으로의 일반화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더 많이가 아닌, 더 잘: 공응적 실천
O’Sullivan et al. (2023)은 ‘더 많이 아는 것’(to know more)과 ‘더 잘 아는 것’(to know better)을 구분하였다. 전통적 분석(analysis)은 복잡한 현상을 부분으로 분해하여 더 많이 알려 한다. 반면 종합(synthesis)은 부분들이 전체 내에서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이해하려는 접근이다. 스포츠 과학에서 데이터 분석가는 종종 시스템 외부의 관찰자로 작동하며, 이미 발생한 것에 대한 묘사적·통계적 분석에 치중한다.
대안적 접근이 상호 반응적 실천(corresponsive practice)이다. Tim Ingold의 ‘공응(correspondence)’ 개념에서 비롯된 이 관점에서, 분석가는 시스템 외부의 관찰자가 아니라 시스템 내부의 참여자로 재위치한다. 지식은 선수와 코치에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공유 탐구를 통해 함께 성장한다. 스웨덴 AIK 유소년 축구 사례에서는, 사전 결정된 패스 패턴과 최적 기술 처방이 선수의 어포던스 탐색을 제한하는 경로 의존성이 확인되었다 (O’Sullivan et al., 2023).
자기 실천에서 ‘관찰자’에서 ‘참여자’로 이동하는 방법은 구체적이다. 훈련 세션에 물리적으로 참여하여 맥락을 직접 경험하고, 데이터 해석 시 코치·선수와 공동으로 의미를 구성하며, 분석 결과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다.
공응적 실천은 DoM의 철학적 기반과 맞닿아 있다. Rothwell et al. (2020)이 제안한 DoM은 생태역학의 핵심 원칙 — 전체 시스템 개발, 비선형성, 사람-환경 관계 — 을 조직 운영에 적용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접근은 개념적 제안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조직에서의 적용 효과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아직 축적되지 않았다. 또한 문화적·조직적 맥락이 다른 환경에서 동일한 원칙이 어떻게 작동할지는 추가적인 탐색이 필요하다.
핵심 요약
- 스포츠 과학자의 핵심 역할은 데이터를 축적·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코칭 스태프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근거 기반 논의를 촉진하는 것이다.
- DoM의 5개 구현 핵심 축(공유 언어·공동 원칙·협력적 업무·지속적 지식 교환·협력적 훈련 설계)은 사일로를 극복하고 초학제적 통합을 달성하는 실천적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 Data-informed 접근은 데이터를 의사결정의 재료 중 하나로 활용하되, 전문적 판단·코치의 경험적 지식·선수의 맥락을 통합하는 것이다. Data-driven 접근은 거짓 확신과 맥락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
- 효과적인 ‘다리’ 역할을 위해 비판적 사고(경험주의·합리주의·회의주의), 수신자 중심 소통 능력, 호기심이 필수적이다.
- 가치 공동창출은 분석가가 조직에 ‘내재’되어 관계·맥락적 지능·신뢰성을 구축할 때 비로소 가능하며, 외부에서 데이터를 투입하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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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llo Iacono, A., Datson, N., Clubb, J., Lacome, M., Sullivan, A., & Shushan, T. (2025). Data analytics practices and reporting strategies in senior football: insights into athlete health and performance from over 200 practitioners worldwide. Science and Medicine in Football, 10(1), 80-95. https://doi.org/10.1080/24733938.2025.2476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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