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뛴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월요일 아침, 주말 경기 데이터를 열었다. 우리 팀이 상대보다 총 이동 거리에서 1.5km 더 뛰었고, 고강도 거리도 앞섰다. 그런데 졌다. 반대편을 보니, 리그 상위 팀은 총 이동 거리에서 중하위권과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적게 뛴 경기에서 이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총 러닝 데이터를 많이 쌓으면 경기력의 본질에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EPL 5시즌, 130개 팀-시즌 데이터가 말하는 결론은 정반대다.
더 많이 뛴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EPL에서 시즌이 지날수록 선수들은 더 많이 뛴다. 5시즌 동안 고강도 거리(High-Intensity Distance, HID)는 약 12%, 스프린트 거리(Sprint Distance, SprD)는 약 15% 증가했다 (Allen et al., 2023). 경기의 신체적 요구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증가가 곧 성공을 의미할까? 130개 팀-시즌 데이터에서 총 이동 거리(Total Distance, TD), 고속 주행(High-Speed Running, HSR), HID 총량은 경기당 승점(Points Per Game, PPG)과 사실상 아무 관계가 없었다 (Allen et al., 2026). 유일하게 스프린트 거리만 승점과 미약하게나마 연결되어 있었다.
많이 뛴다는 것과 잘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총 러닝 데이터를 팀 역량의 지표로 쓰는 관행은, 이 데이터가 실제로 말해주는 범위를 과대평가한 결과다.
점유 상태가 만드는 러닝의 두 얼굴
같은 거리를 뛰더라도, 볼을 가진 상태에서 뛴 것인지, 볼을 뺏긴 상태에서 뛴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볼 비점유 시 분당 러닝(Out-of-Possession Running Rate, TOOP)과 볼 점유 시 분당 러닝(In-Possession Running Rate, TIP)의 비율, 즉 TOOP/TIP 비율이 높을수록 승점이 확연히 높았다 (Allen et al., 2026). 총 러닝은 승점과 관계가 거의 없었지만, TOOP/TIP 비율은 모든 러닝 지표에서 경기 성공과 뚜렷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 연구에서 승점과 가장 강하게 연결된 변수는 점유율 그 자체였다.
다만 이 관계는 팀-시즌 평균 기반의 상관이지, 특정 경기의 인과가 아니다. 그럼에도 130개 팀-시즌이라는 표본 규모를 고려하면, 총 러닝 총량의 예측력이 사실상 없다는 결론은 견고하다.
한편, 점유 시 분당 러닝(TIP)이 높을수록 승점은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볼을 가지고 있을 때 많이 뛴다는 것은, 전술적 통제 없이 공간을 커버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결국 성공적인 팀은 볼을 뺏겼을 때 강하게 뛰고, 볼을 가졌을 때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총 거리만 보면 이 패턴은 보이지 않는다.
상위 팀의 ‘효율적 러닝’은 무엇이 다른가
EPL 상위 6팀(T6)의 평균 점유율은 59%다 (Allen et al., 2026). 이들의 러닝 프로파일은 점유 시 낮은 신체 출력과 비점유 시 높은 강도의 조합으로 요약된다. 볼을 가지고 있을 때는 위치적 우위와 전술적 구조를 통해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인다. 볼을 뺏기면 즉각적인 압박과 빠른 회수로 전환한다.
상위 팀을 상대할 때는 양쪽 모두 프로파일이 변한다. 비점유 시 러닝이 줄고, 점유 시 러닝이 늘어난다. 상대가 강할수록 볼 없이 달려야 할 기회 자체가 제한되고, 볼을 가졌을 때는 더 힘들게 뛰어야 한다. 프리미어리그 상위 팀 선수들이 하위 팀보다 고강도 거리를 오히려 적게 커버한다는 관찰도 같은 맥락이다 (Paul et al., 2015).
‘효율적 러닝’이라는 말은 자주 쓰이지만, 그 실체는 생각보다 구체적이다. 적게 뛰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강도로 뛰는 것이다. 다만 이 프로파일은 EPL이라는 특정 맥락에서 나왔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같은 거리, 다른 의미
선수가 경기 중 고강도로 100m를 뛰었다고 하자. 그 100m가 상대 공격수를 쫓아가는 커버링(Covering)이었는지, 역습 지원을 위한 서포트 플레이(Support Play)였는지에 따라 전술적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EPL 경기에서 최고 강도 1, 3, 5분 구간의 고강도 달리기(High-Intensity Running, HIR)를 전술적 목적별로 분해하면, 비점유 시에는 리커버리 런(Recovery Run)이 28–34%, 커버링이 22–25%를 차지했다 (Ju et al., 2022). 가장 힘든 순간에 선수들이 하는 일의 절반 이상이 수비적 대응이다. 점유 시에는 서포트 플레이가 약 11%로 가장 높았다.
포지션 분류 방식도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 같은 ‘중앙 미드필더’라도 수비형 미드필더(CDM)와 공격형 미드필더(CAM)의 고강도 달리기 프로파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CDM은 일반 중앙 미드필더 기준 대비 고강도 달리기가 약 30% 적었고, 경기당 압박 횟수도 현저히 낮았다 (Ju et al., 2023). 일반 포지션으로 뭉뚱그려 분석하면, 실제 전술 역할이 요구하는 신체적 프로파일을 과대추정하거나 과소추정하게 된다.
여기에 경기 상황까지 고려하면 변동성은 더 커진다. 상대 수준, 리드 여부, 대회 단계에 따라 같은 포지션의 선수라도 최고 강도 구간의 러닝 프로파일이 뚜렷하게 달라진다 (Cortez et al., 2026). 맥락 없는 거리 데이터는, 말 그대로 맥락 없는 숫자다.
러닝 데이터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총 러닝(TD, HSR, HID) 기반 벤치마킹으로 팀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 러닝 총량은 전술적 상호작용의 산물이지, 팀 능력의 고정 지표가 아니다.
- 러닝 데이터를 점유 상태(TIP vs TOOP)로 분리하는 것이 최소한의 맥락화다. TOOP/TIP 비율은 총 러닝보다 경기 성공을 훨씬 잘 설명한다.
- 포지션 분석은 일반 분류가 아닌 세분화된 전술 역할 기준으로 수행해야 정확도가 올라간다. ‘풀백 평균’과 ‘윙백 평균’은 같은 수치가 아니다.
- 상대 수준, 경기 상황, 점유율, 볼 인 플레이(Ball in Play, BiP) 시간 등 맥락 변수를 함께 읽어야 데이터의 왜곡을 줄일 수 있다.
- 추적 기술 자체의 한계도 인식해야 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변수들의 타당도와 신뢰도가 오히려 가장 낮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Buchheit & Simpson, 2017). 외적 부하 지표만으로는 선수가 내부적으로 경험하는 실제 반응을 파악하기 어렵다 (Impellizzeri et al., 2019).
러닝 데이터는 경기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거울에 비친 그림자 정도다. 그 그림자를 실체로 착각하지 않으려면, “얼마나 뛰었는가”가 아니라 “왜, 언제, 어떤 맥락에서 뛰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참고문헌
- Allen, T., Taberner, M., Zhilkin, M., & Rhodes, D. (2023). Running more than before? The evolution of running load demands in the English Premier League.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Science & Coaching, 19(2), 779-787. https://doi.org/10.1177/17479541231164507
- Allen, T., Taberner, M., Zhilkin, M., Harper, D., & Alexander, J. (2026). Possession in motion a five-season analysis of running in-possession and out-of-possession with match outcomes in the English Premier League. Biology of Sport. https://doi.org/10.5114/biolsport.2026.159531
- Buchheit, M. & Simpson, B. M. (2017). Player-Tracking Technology: Half-Full or Half-Empty Glass?.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Physiology and Performance, 12(s2), S2-35-S2-41. https://doi.org/10.1123/ijspp.2016-0499
- Cortez, A., Yousefian, F., Folgado, H., Brito, J., Abade, E., Travassos, B., & Gonçalves, B. (2026). Performance profiles and match-to-match variability of the most demanding passages during the FIFA World Cup Qatar 2022 the effect of playing positions and match contextual factors. BMC Sports Science, Medicine and Rehabilitation. https://doi.org/10.1186/s13102-026-01578-z
- Impellizzeri, F. M., Marcora, S. M., & Coutts, A. J. (2019). Internal and External Training Load: 15 Years On.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Physiology and Performance, 14(2), 270-273. https://doi.org/10.1123/ijspp.2018-0935
- Ju, W., Doran, D., Hawkins, R., Gómez-Díaz, A., Martin-Garcia, A., Ade, J., Laws, A., Evans, M., & Bradley, P. (2022). Contextualised peak periods of play in English Premier League matches. Biology of Sport, 39(4), 973-983. https://doi.org/10.5114/biolsport.2022.112083
- Ju, W., Doran, D., Hawkins, R., Evans, M., Laws, A., & Bradley, P. (2023). Contextualised high-intensity running profiles of elite football players with reference to general and specialised tactical roles. Biology of Sport, 40(1), 291-301. https://doi.org/10.5114/biolsport.2023.116003
- Paul, D. J., Bradley, P. S., & Nassis, G. P. (2015). Factors affecting match running performance of elite soccer players: Shedding some light on the complexity.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Physiology and Performance, 10(4), 516–519. https://doi.org/10.1123/ijspp.2015-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