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건물에서 일하지만, 같은 팀은 아니다
S&C 코치가 “부하”라고 말하면 외적 부하를 떠올린다. 물리치료사는 같은 단어에서 관절 스트레스를 읽는다. 분석관은 GPS 숫자를 의미한다. 세 사람이 같은 단어를 쓰면서 서로 다른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매일 반복되면,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들이 모여 있어도 각자의 일을 할 뿐이다. 다학제 팀(Multidisciplinary Team, MDT)이 “같이” 일하면서도 “따로” 일하게 되는 원인은 여기서 시작된다.
왜 사일로가 생기는가
스포츠 과학 지원팀의 각 전문 분야는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시기에 독립적으로 발전해왔다. 분야마다 언어가 다르고, 우선순위가 다르고, 성공의 정의가 다르다. 문제는 이 차이가 인식되지 않은 채 방치된다는 것이다. 각 전문가가 자신의 분야 안에서 성과를 정량화하려 할수록, 부서 간 사일로는 구조적으로 고착된다 (Rothwell et al., 2020). 실무자가 현장 코칭 과정으로부터 분리된 채 일할 때, 그 결과는 구체적이다. 중복된 운동 처방, 조율되지 않는 부하 관리, 그리고 높아지는 부상 위험이 뒤따른다 (Walker et al., 2023). 사일로는 무능의 결과가 아니다. 구조의 결과다.
그렇다면 “다학제적”이라는 라벨만 붙이면 해결될까?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은 서로 다른 전문 분야가 함께 일하되 각자의 영역 안에 머무르는 것이다. 학제 간(interdisciplinary)은 전문성을 하나의 통합된 계획에 모으는 것이다 (French, 2022). 많은 조직이 학제 간 방식으로 일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다학제적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흔하다. 다학제적 구조를 갖추는 것만으로는 통합적 지식 공유, 협업적 워크플로, 통일된 목표 정렬이 보장되지 않는다.
DoM이란 무엇인가: 개념에서 실행 프레임워크로
방법론 부서(Department of Methodology, DoM)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제안된 조직적 프레임워크다. 생태역학 이론을 기반으로, 모든 전문가가 공유된 원칙과 언어를 통해 통합된 방식으로 선수 준비를 설계하자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다 (Rothwell et al., 2020).
개념은 매력적이었지만, “어떻게 구현하느냐”는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이 간극을 메운 것이 16개국 80명의 고성과 스포츠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3라운드 Delphi 연구다. 전체 진술문의 94.7%에서 합의가 도달했고, DoM 구현을 위한 다섯 가지 핵심 축이 도출되었다 (Hydes et al., 2026).
다만 분명히 짚을 점이 있다. 이 연구는 전문가 합의다. “이렇게 해야 한다”에 동의한 것이지, “이렇게 했더니 효과가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다. DoM을 실제 조직에 적용하고 성과를 측정한 종단적 검증은 아직 없다. 프레임워크의 논리적 타당성은 강하지만, 현장에서의 효과 크기는 알 수 없다.
축 1–2: 공유 언어와 공동 원칙
첫 번째 축은 공유 언어(Shared Language) 구축이다. 실무 용어 사전을 공동 제작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조직의 비전·훈련 방법론과 언어를 정렬한다. 전문가의 82.4%가 합의했다 (Hydes et al., 2026). 다섯 축 가운데 가장 낮은 합의율이기도 한데, 공유 언어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누구의 개념 틀이 기준이 되느냐”에서 긴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축은 공동 원칙 수립이다. 역할과 책임의 명확한 정의,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 확보, 다양한 철학적·이론적 관점에 대한 존중이 핵심이며, 100% 합의를 받았다. 엘리트 스포츠 리더 면담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각 팀원과의 전문적 친밀감 형성이 효과적인 팀워크의 핵심으로 보고되었고, 개인의 이기적 행동과 직업 안정에 대한 두려움이 통합의 장벽이었다 (King et al., 2026).
순서가 중요하다. 용어를 통일하기 전에 서로의 관점을 존중하는 원칙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 원칙 없는 용어 통일은 가장 큰 목소리를 가진 분야의 언어를 강요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축 3: 협력적 업무와 철학적 정렬
세 번째 축은 협력적 업무 수행이다. 학제 간 경계를 넘는 소통, 공유 업무 공간, 공유 개인 선수 발달 계획(Individual Development Plan, IDP) 작성이 포함되며, 전문가 91.3%가 합의했다 (Hydes et al., 2026).
여기서 철학적 정렬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진다. 영국 프로 축구의 시니어 리더를 대상으로 한 면담에서, 클럽 비전, 감독의 접근 방식, 학제간 협업이 일관된 방향을 가리켜야 효과적인 퍼포먼스 서포트가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Mason et al., 2026). 명확한 클럽 비전이 없으면 각 부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선수를 끌어당기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부서 간 모순되는 KPI가 사일로와 갈등의 구조적 원인이다.
그런데 협업에는 비용이 따른다. 인지적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모든 과제에 다학제적 접근을 적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King et al., 2026). 진정한 다학제적 문제해결이 필요한 과제에 선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모든 미팅에 모든 사람이 앉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축 4: 지속적 지식 교환 — 회의실에서 훈련장까지
네 번째 축은 지속적 지식 교환이다. 훈련 전후·경기 전후 정기 회의, 훈련 세션을 지식 교환의 장으로 활용, CPD 기회 제공이 포함되며, 100% 합의를 받았다 (Hydes et al., 2026).
지식 교환의 핵심은 방향성이다. 전통적 모델에서 정보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과학자가 분석하고, 코치에게 전달하고, 코치가 판단한다. DoM은 이 흐름을 수평적으로 바꾼다. 경험적 지식 — 코치와 실무자가 현장에서 얻는 실시간 지식 — 과 실증적 지식 — 이론과 데이터에서 나오는 과학적 지식 — 의 깊은 통합이 핵심이다 (Rothwell et al., 2020).
“더 많이 아는 것”과 “더 잘 아는 것”은 다르다 (O’Sullivan et al., 2023). 전통적 분석은 현상을 부분으로 분해하여 “더 많이” 알려 한다. 하지만 부분들이 전체 안에서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이해하려면 종합이 필요하다. 훈련장에서의 대화, 경기 후 복도에서의 짧은 교환 — 이런 비공식적 접점이 공식 미팅만큼 중요할 수 있다.
축 5: 협력적 훈련 설계와 전문가 역할의 진화
다섯 번째 축은 협력적 훈련 설계다. 세션 설계에 감독뿐 아니라 모든 DoM 구성원이 참여하고, 선수도 계획 과정에 포함되며, 퍼포먼스 분석이 대표적 훈련 과제 설계에 활용된다. 전문가 93.8%가 합의했다 (Hydes et al., 2026).
이 축에서 전문가 역할의 재정의가 두드러진다. 기술 습득 전문가(Skill Acquisition Specialist, SAS)는 단순히 기술 훈련을 담당하는 사람이 아니다. 조직 전체에서 여러 부서 간의 다학문적 교량 역할을 하며, IDP 과정에서 논의를 중재하고 코치와 훈련 설계를 공동 창작하는 연결자가 될 수 있다 (Otte et al., 2024).
퍼포먼스 분석가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분석가는 외부에서 관찰하는 분리된 전문가였다. 생태역학 관점에서는 이 역할을 연결 코치(Linking Coach)로 바꿔 본다 (O’Sullivan et al., 2025). 데이터를 추출하고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코치와 선수 사이에서 공유된 이해를 촉진하는 관계적 촉진자다. 여기서 핵심은 내재성(embeddedness)이다. 퍼포먼스 생태계 안에 깊이 얽혀 있는 분석가와, 스프레드시트를 들고 외부에서 투입되는 분석가의 차이가 —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분석가와 정중하게 무시당하는 분석가를 가른다 (Martin et al., 2023). 매력적인 관점이지만, 분석가 역할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 — “영상 촬영하는 사람” — 가 여전히 존재하는 조직이 많다. 역할을 재정의하려면, 먼저 기존 역할이 무엇인지부터 합의해야 한다.
DoM의 리더십: 복잡성을 명확성으로
DoM이 작동하려면 리더십 구조도 변해야 한다. 전통적 수직 위계는 사일로화와 학제 간 경쟁을 유발한다 (King et al., 2026). 대안은 홀라크라시(Holacracy) 기반 수평 조직이다. 모든 기술 분야가 동등하게 간주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영역이 리더십을 맡았다가 문제 해결 후 수평 구조로 복귀한다. 단, 자율적 의사결정의 전제 조건은 공유된 의식(shared consciousness)이다. 이것이 확립되기 전에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Marsh et al., 2023).
현실에서 이 전환을 이끄는 역할은 퍼포먼스 디렉터(Performance Director, PD)다. 퍼포먼스·의료·영양 부서를 총괄하면서 학제간 통합을 촉진하는 시니어 리더인데, 모든 조직에 이 역할이 있는 것은 아니며, 효과는 개인의 감성 지능과 소통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 생존자 편향도 경계해야 한다. DoM 원칙을 적용한 팀이 우승했다는 사실이 DoM 덕분에 우승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우수한 조직이 DoM을 채택했을 가능성도 동등하다.
현장 시사점
- 용어 사전을 만들기 전에, 서로의 전문 영역을 존중하는 원칙부터 세운다. “부하”의 정의보다 “왜 같은 언어를 써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먼저다.
- 모든 과제에 전원이 참여하는 것은 협업이 아니다. 다학제적 문제해결이 필요한 과제를 선별하고, 나머지는 효율적으로 위임한다.
- 훈련 설계에 분석관, SAS, S&C 코치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시도한다. 세션 설계는 감독만의 책임이 아니다.
- 퍼포먼스 디렉터가 없는 조직이라면, 상황적 리드를 허용하는 수평적 소통 구조부터 실험한다.
- DoM은 아직 합의 수준의 프레임워크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도출되었지만, “어떻게” 구현하는지는 각 조직이 자기 맥락에서 찾아야 한다.
남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 조직의 사일로는 구조의 문제인가, 의지의 문제인가.
참고문헌
- French, D. N. (2022). Interdisciplinary support. In D. N. French & L. Torres Ronda (Eds.), NSCA’s Essentials of Sport Science. Human Kinetics.
- Hydes, S., Strafford, B. W., Rothwell, M., Stone, J., Davids, K., & Otte, F. (2026). A Department of Methodology: A feasible framework to integrate the applied practice of multidisciplinary support teams.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Science & Coaching, 17479541251409729. https://doi.org/10.1177/17479541251409729
- King, R., Yiannaki, C., Rhodes, D., & Alexander, J. (2026). From chaos to clarity how leaders leverage the value and impact of the multidisciplinary team in elite sport. Managing Sport and Leisure. https://doi.org/10.1080/23750472.2026.2632253
- Marsh, J., Cosgrave, D., Guyett, S., Caffrey, P., & McGregor, P. (2023). Coach and staff integration. In A. Calder & A. Centofanti (Eds.), Peak performance for soccer: The elite coaching and training manual. Routledge.
- Martin, D., O’Donoghue, P. G., Bradley, J., Robertson, S., & McGrath, D. (2023). Identifying the characteristics, constraints, and enablers to creating value in applied performance analysis.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Science & Coaching, 19(2), 832-846. https://doi.org/10.1177/17479541231180243
- Mason, L., Garner, P., Drust, B., Parnell, D., & Anderson, L. (2026). Senior leaders’ perceptions of effective performance support teams in elite football: introducing the “Football Performance Support Model”. Managing Sport and Leisure. https://doi.org/10.1080/23750472.2026.2618737
- O’Sullivan, M., Manna, M., & Davids, K. (2025). Re-Framing Performance Analysis in Sport Science and Psychology from an Ecological Dynamics Perspective: Toward a Corresponsive, Relational, and Culturally Situated Practice. The Palgrave Encyclopedia of Theoretical and Philosophical Psychology. https://doi.org/10.1007/978-3-031-70581-6_553-1
- O’Sullivan, M., Vaughan, J., & Woods, C. T. (2023). Not just to know more, but to also know better: How data analysis-synthesis can be woven into sport science practiced as an art of inquiry. Sport, Education and Society, 29(9), 1114-1132. https://doi.org/10.1080/13573322.2023.2261970
- Otte, F., Yearby, T., & Myszka, S. (2024). The Role of Skill Acquisition Specialists Within Sports—Why Every High-performance Sports Organization Needs These Experts!. Journal of Expertise.
- Rothwell, M., Davids, K., Stone, J. A., O’Sullivan, M., Vaughan, J., Newcombe, D. J., & Shuttleworth, R. (2020). A Department of Methodology Can Coordinate Transdisciplinary Sport Science Support. Journal of Expertise.
- Walker, G., Morgan, O., Matinlauri, A., Narcisi, A., Calder, A., & Davidson, C. (2023). Role of the practitioner. In A. Calder & A. Centofanti (Eds.), Peak performance for soccer: The elite coaching and training manual. Routledge.